한음의 방


「‘정(正)’과 ‘중(中)’의 분별」
2023-01-19 19:08:15
한음
조회수   71

「‘정(正)’과 ‘중(中)’의 분별」

 

 

 맹자(孟子) 이루장구(離婁章句)에 나오는 글을 보면 언변이 뛰어 났던 제 나라 사람 순우곤(淳于곤)이 맹자에게 물었습니다.

 

“남 녀 간에 물건을 주고, 받으면서 손이 닿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예(禮) 입니까?”

 그 물음에 맹자가 “그렇다” 라고 대답하자 순우곤이 다시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형수(嫂)나 제수(嫂)가 물에 빠졌을 때 손을 써서 구해 주어야 합니까?”

 그 물음에 맹자는 이렇게 답했다.

 

“형수나 제수가 물에 빠졌는데도 손을 써서 구해 주지 않는다면 이는 승냥이나 이리와 다를 바 없다. 남녀 간에 물건을 주고, 받으면서 손이 닿지 않도록 하는 것은 예(禮)이고, 형수나 제수가 물에 빠졌을 때 손을 써서 구해 주는 것은 권도(權 = 權道 = 時中)다.”

 

 이 말은 일의 ‘이치(事理 = 禮)’에 따라 행동할 때와 일의 ‘형세(事勢 = 命)’에 따라 행동할 때의 차이를 가장 분명하게 가르쳐 주는 사례이다.

 

 쉽게 말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매뉴얼이나 원칙만 강조하는 사람은 ‘정(正)을 고집하는 사람’ 이지만 반면에 급박한 상황에서 그 사안을 잘 풀어 갈 수 있는 방식으로 매뉴얼이나 원칙을 조금 굽히거나 펼 줄 안다면 그는 ‘중(中) 할 줄 아는 사람’이다(여기에서의 ‘中’은 ‘가운데’ 란 뜻이 아니라 ‘적중하다’ 란 의미이다).

 

 평소에는 정(正)이 맞지만 특수 상황에선 중(中)할 수 있어야 한다. 세상 사는 정해진 철로 위를 달리는 것이기 보다 도로 상황에 따라 속도와 차선을 조정하며 가는 소위 하비 콕스의 <상황 윤리> 같은 것이다.

 

 예수님의 안식일 준수에 대한 응용 사례도 마찬가지인데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켜 돈을 버는 노동은 쉬지만(正) 구덩이에 짐승이 빠지거나 급한 환자가 있으면 빨리 꺼내어 고쳐 주는 것(中)이 마땅하다.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기 때문이다.(눅 6:1~10)

 무엇이 주(主)이고,  무엇이 종(從)인가를 분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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